학원 광고 규제가 답인가? 사교육 늪 만든 건 '실패가 곧 끝'인 사회 구조

교육청의 광고 단속 대책은 미봉책일 뿐... 독일식 '다중 경로' 모델 도입 등 근본적 제도 개편 절실

김진한·골드펜 뉴스·2026.04.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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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고교생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사교육의 영향으로 공교육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었다(서울시교육청, 2026).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원의 과도한 광고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 개정을 촉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과연 학원 간판을 단속하는 것이 사교육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본질을 비껴간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식 교육의 민낯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진짜 이유는 학원의 광고 때문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입시 실패가 곧 인생의 낙오로 직결되는 사회적 공포가 그 핵심이다.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설렘보다 긴장을 먼저 배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원에서 미리 진도를 빼놓는 '선행 학습'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실패는 겪어도 되는 과정이 아니라, 반드시 제거해야 할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실패를 통해 성장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실패라는 위험 자체를 사전에 제거하고 통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위험 제거형' 보호 방식은 아이들의 도전 정신을 앗아간다. 반면, 유럽의 교육 모델은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독일·프랑스·핀란드,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다중 경로

독일의 경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언제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제2의 교육 경로(Zweiter Bildungsweg)'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직업 현장에 있다가도 다시 대학 입학 자격을 갖출 수 있는 구조다. 프랑스 또한 직업적 경험을 학위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통해 학교 밖의 삶이 학력과 단절되지 않도록 돕는다. 핀란드 역시 교육 과정 간의 이동성을 보장하며 학습이 특정 시기에 고정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 만난 마첼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등 시절 두 차례나 유급을 겪고 학업 성적이 바닥을 쳤던 그는, 실패가 끝이 아닌 사회 덕분에 결국 자신이 원하는 전공의 대학에 진학해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실패와 위기의 순간이 많았음에도 그의 성장 경로는 끊어지지 않았다.


간판이 아니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사교육 스트레스의 본질은 '이번 생은 망했다'는 좌절감을 심어주는 경직된 구조에 있다. 아동에게 실패할 권리를 허용하는 것은 단순한 관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진정한 '시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학원 광고를 규제하는 미봉책으로는 이 거대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이제는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다중 경로'를 사회 시스템 속에 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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