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감 준다" 민원 폭탄에... 무너진 학교 현장
합창단 폐지부터 무승부 체육대회까지, '소비자'가 된 학부모가 바꾼 교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합창단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디션 탈락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심사 근거를 따져 물으며 거세게 항의한 것이 발단이었다. 학교 측이 평가표까지 공개하며 대응했으나 민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추가 갈등을 우려한 학교는 모든 지원자를 수용하는 대신, 합창단 자체를 없애는 결단을 내렸다.
학교 현장은 이미 '민원 지뢰밭'이다. 지난달에는 학생들의 야외 독서 활동을 위해 설치한 운동장 천막을 두고 인근 주민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현장의 교사들은 출근길마다 어떤 민원이 닥칠지 몰라 두려움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패배감 주지 마라"... 승패 없는 체육대회
이러한 풍경은 비단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체육대회 승패를 가리지 않는 '무승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청군과 백군으로 팀을 나누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자를 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아이에게 패배 의식을 심어줄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항의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학교는 질서 점수나 응원 점수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점수를 맞춰 무승부를 유도한다.
보상 체계 역시 위축됐다. 달리기 시합 후 손목에 찍어주던 격려 도장조차 사라지는 추세다. 상위권에게만 주자니 하위권의 불만이, 모두에게 주자니 경쟁의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행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발표 수업을 진행하면 "내성적인 아이가 불리하다"는 항의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교육을 '서비스'로 보는 시장주의 관점
교사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 창의적인 평가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자칫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학부모의 '소비자적 인식'을 지목한다.
"유치원 경험에 익숙한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를 교육기관이 아닌 서비스 제공처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학교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비대해지고 교사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부모가 학생의 보호자를 넘어 까다로운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부모의 권리만큼이나 책임과 역할도 명확히 해야 하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 공동체의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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