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투입된 AI 교과서의 '참사'... 483만 학생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활용률 8.1%의 충격적 실태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학습 데이터 주권

2026년 3월, AI 디지털 교과서(AIDT)의 적용 대상이 초등 5~6학년과 중·고교 2학년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1조 4,093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활용률이 8.1%에 머무는 정책적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483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학습 이력이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민간 기업 서버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데이터 주권 공백' 상태라는 점이다.
1조 원의 혈세, 활용률 8.1%의 참담한 성적표
교육부는 '모든 학생을 인재로'라는 비전 아래 2023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해 왔다. 무선망 구축에 963억 원, 교사 연수에 1,170억 원 등 인프라와 인적 자원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발표한 실태는 참혹했다. 전국 학교에서 AIDT를 10일 이상 사용한 학생은 단 8.1%에 불과했으며, 접속조차 하지 않은 학생이 60%에 달했다.
사업에 투입된 1조 4,093억 원은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금(5,785억 원)의 약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의 비용이다. 구독료는 2025년 3,361억 원에서 2028년 1조 732억 원까지 폭증할 전망이며, 4년간 누적될 구독료만 약 2조 8,14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
통제 불능의 데이터, 483만 학생의 '디지털 발자국'
AIDT의 핵심인 '개별 맞춤형 학습'을 구현하기 위해 학생들의 학습 패턴과 오답 기록 등은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이 데이터들은 각 에듀테크 기업의 서버와 KERIS의 통합포털로 전송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데이터 통제 체계는 사실상 무너져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점검 결과, KERIS의 처리방침에는 수집 항목과 보유 기간조차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으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셋 처리 목적도 불분명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의 정보를 열람하거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민변 등 시민단체는 "학생의 개인정보가 민간 업체에 집적되어 오남용될 위험이 매우 높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글로벌은 '아동 보호' 강화, 한국은 '법적 사각지대'
해외 주요국들은 아동 학습 데이터 보호를 위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2026년 4월까지 에듀테크 기업의 아동 데이터 상업적 활용을 전면 제한하는 COPPA 개정안을 시행하며, EU는 AI Act를 통해 교육 분야 AI를 '고위험' 시스템으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한다. 영국 역시 생성형 AI 활용 시 학생 데이터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세웠다.
반면, 한국은 아동 개인정보에 대한 별도 강화 규정이 미비하며, 최근 통과된 AI 기본법에도 교육 데이터에 대한 특칙은 빠져 있다. 483만 학생의 소중한 학습 데이터가 법적 보호막 없이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공적 자산인가, 민간의 먹잇감인가
2026년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약 11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 거대한 시장의 핵심 연료는 바로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다. 공교육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민간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데 쓰인다면, 이는 공적 자산을 민간이 사적으로 전유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1조 4천억 원의 혈세로 구축된 인프라 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이용 범위, 그리고 삭제 권한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
AIDT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되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 주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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