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기죽는다" 민원 폭탄에… 학교는 지금 '금지공화국'

경시대회·운동회·팀플까지 '올스톱', 교육 현장 덮친 캥거루 부모의 역습

김진한·골드펜 뉴스·2026.04.3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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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아이들의 생기 넘치는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학부모의 날 선 민원과, 이를 피하기 위해 교육 활동을 스스로 포기하는 학교 현장의 '방어적 태도'다.

"기죽을까 봐 못 한다"… 사라진 경시대회와 운동회

서울 소재 A 초등학교의 풍경은 참담하다. 글쓰기나 수학, 그림 그리기 등 그동안 활발히 치러지던 각종 경시대회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시상은 1년 동안 독서록을 일정 편수 이상 작성했을 때 주는 참가상 정도가 전부다. 이마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개인적으로 조용히 전달될 만큼 조심스럽다.

쉬는 시간의 풍경도 달라졌다. 축구나 야구 같은 공놀이는 아예 금지됐다. '부상 위험'은 물론, '잘하는 아이들만 인기를 독차지해 다른 아이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현장의 한 교사는 "민원이 쏟아지다 보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인식이 교사들 사이에 팽배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을 타지 못한 학생의 학부모들로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민원이 쇄도해 아예 대회를 없앴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민원, '계주'조차 못 하는 학교

학교 현장의 '금지'는 갈수록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계주 대표를 선발하는 행위 자체가 아이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전교생 이어달리기'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에서는 계주 선수로 뽑히지 못한 자녀를 위해 교사의 설명을 가로막고 아이의 귀를 막아버리는 학부모까지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팀 프로젝트 폐지부터 '위장 민원'까지

고등학교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는 지난해 예체능 수업의 팀 프로젝트를 전면 폐지했다. "다른 조원 때문에 우리 아이 성적이 낮게 나왔다"는 항의가 쏟아지면서, 모든 협동 학습이 개인 평가로 전환된 것이다. 시험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학부모는 전 과목 문제를 직접 풀어본 뒤 학교에 항의하거나, 심지어 학원에서 학부모로 위장해 시험 오류를 지적하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국가가 소송 대리해야"… 시스템 개선 목소리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단체 활동과 현장 체험 학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위축된 교육 현장에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소송을 대리하는 '국가 소송 책임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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